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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실전가이드: 계약서 없이 현금 빌려줬다면??

지인에게 급하게 현금을 빌려줬는데 약속한 날이 한참 지나도 연락이 없거나, “이번 주에 줄게”라며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처음에는 인간관계가 깨질까 봐 말도 세게 못 하고, 그러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거 법적으로 돌려받을 수는 있는 걸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차용증도 없고, 그냥 계좌 이체 한 번 또는 현금만 건네고 “고마워, 꼭 갚을게” 정도의 문자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더 불안해진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서나 차용증이 없어도 일정한 증거만 갖춰진다면 민사상 대여금 반환 청구는 충분히 가능하다. 핵심은 감정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차근차근 모으는 것이다.

현금 거래라도 ‘대여 사실’만 입증되면 법적 청구 가능
민법상 금전소비대차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해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이 아니다. 즉, 차용증이 없더라도 ① 돈을 빌려줬고, ② 상대방이 그 돈을 받았으며, ③ 그 돈이 ‘빌려준 돈’이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재판에서 충분히 대여금 채권으로 인정된다.
현금으로 직접 건넸다고 해서 법적 보호를 못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좌 이체처럼 기록이 자동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대여 사실을 뒷받침해 줄 다른 증거가 필요할 뿐이다. 실무에서는 아래와 같은 자료들이 핵심 증거로 자주 활용된다.
- 계좌 이체 내역 또는 ATM 출금 기록(현금 지급 직전·직후 출금 내역)
-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SNS 대화 내용 (빌려달라 요청한 내역, 갚겠다는 내역)
- 통화 녹음 파일 (대여 경위와 상환 약속이 언급된 통화)
- 상대방이 돈을 빌린 사실을 인정한 문자·메신저 (예: “이번 달 말까지 꼭 갚을게”)
- 제삼자의 증언 (빌려줄 당시 옆에 있었던 친구, 가족 등)
특히 “이번 달 말까지 꼭 갚을게”, “조금만 더 기다려줘, 다음 주에 일부 보내줄게”와 같이 상환 의사를 명확히 드러낸 대화는 채무를 스스로 인정한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된다. 이런 자료가 있다면 차용증이 없어도 법원은 단순 ‘호의’나 ‘증여’가 아니라 대여로 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라면, 원칙적으로는 대여 사실을 주장하는 쪽(채권자)이 입증책임을 지므로 법적 대응이 매우 어려워진다. 그래서 “친하니까 그냥 믿고 줬다” 하더라도, 최소한 문자 한 줄, 계좌 이체 한 번은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첫 단계는 ‘내용증명’으로 공식 상환 요구부터
상대방이 연락을 피하거나, 만날 때마다 구두 약속만 반복할 경우 바로 소송으로 가기보다는 먼저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다. 내용증명은 “언제, 어떤 내용을, 누가 누구에게 보냈는지”를 우체국이 공적으로 증명해 주는 문서다. 강제력은 없지만, 이후 소송·지급명령·협상 과정에서 “정식으로 요구했다”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내용증명에는 다음 항목을 반드시 포함하는 것이 좋다.
- 돈을 빌려준 날짜와 금액 (예: 2024.05.10. 1,000,000원)
- 상환 약정 여부와 상환 기한 (예: 2024.06.30. 까지 변제 약정)
- 현재까지 미상환된 금액 (원금 + 이자 청구 여부)
- 구체적인 상환 기한 재통보 (예: “본 내용증명 도달일로부터 7일 이내 상환 요구”)
- 불응 시 법적 조치 예정 통보 (지급명령·소송·강제집행 등)
내용증명을 보낸 후에는 상대방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막연히 “좀만 기다려”라고 하던 사람이 갑자기 구체적인 분할 상환 계획을 제시하거나, 먼저 일부 금액을 보내는 경우도 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롭게 합의한 상환 계획을 다시 ‘문서로’ 남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달 30만 원씩 4개월에 나눠 갚겠다”는 합의를 했다면,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야, 그럼 7월부터 매월 30만 원씩 4회(총 120만 원) 보내는 걸로 정리할게”라고 보내고, 상대방에게 “응, 알겠다”라는 답장을 받는 식으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기록은 나중에 분할 상환 약정이 있었는지, 약속을 어겼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지급명령 신청’으로 빠르게 확정판결받는 방법
상대방이 내용증명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거나, 상환 약속을 반복해서 어길 경우 이제는 법원을 통한 절차로 넘어갈 차례다. 정식 소송으로 바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먼저 지급명령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지급명령은 정식 소송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채권을 확정받는 제도로, 전자소송 시스템을 통해 집에서 신청할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언제, 얼마를, 어떤 경위로 빌려줬는지)와 입증자료(이체내역, 문자, 녹취록 등)다. 인지대와 송달료만 납부하면 되므로 소송에 비해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지급명령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정식 소송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서류도 비교적 단순
- 상대방이 2주 이내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
- 확정되면 급여·계좌·부동산 등에 바로 강제집행 가능
- 전체 진행 기간이 통상 소송보다 짧다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은 확정되고, 이후에는 일반 판결과 동일하게 급여 압류, 계좌 압류, 부동산 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면, 그때부터는 통상의 소송 절차로 전환되지만, 이미 지급명령 단계에서 제출한 자료들이 그대로 재판의 기초 자료가 되므로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소송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하다.
소액이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몇십만 원인데 소송까지 해야 하나…”라고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대응도 못 하고 그냥 못 받은 채로 끝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법원에는 소액사건에 대한 간편한 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전자소송을 이용하면 변호사 없이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한 번 채무불이행 기록이 생기거나, 판결문·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상대방은 향후 대출, 신용카드, 금융거래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심리적 압박 효과가 상당하다. 단순히 돈을 돌려받는 것뿐 아니라, 상대방이 더 이상 “빌려달라”는 말을 쉽게 못 하게 만드는 예방 효과도 있다.
처음 돈을 빌려줄 때 꼭 해두면 좋은 것들
이미 빌려준 상황이라면 증거를 모으는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빌려주는 순간부터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의 최소한만 지켜도 나중에 분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 가능하면 현금 대신 계좌 이체로 빌려주기 (이체 내역이 곧 증거)
- 이체 직전·직후에 “○○야, 오늘 50만 원 빌려주는 거니까 ○월 ○일까지 갚는 걸로 하자”라는 문자 남기기
- 상대방에게 “응, 고마워. ○일까지 꼭 갚을게”라는 답장받기
- 금액이 크다면 간단한 차용증 양식에 서명·날인받기 (사진으로만 찍어 둬도 좋음)
- 이자를 받을 경우, 이자율과 지급일을 명확히 적어 두기
지인 사이에서 이런 절차를 제안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분쟁이 생기면 “그때 차용증이라도 써둘 걸”이라는 후회를 거의 100% 하게 된다. 서류를 쓰자는 말을 불편해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큰 금액을 빌려주는 것 자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의해야 할 ‘위험한 행동들’
돈을 못 받은 상태가 길어지면 감정이 앞서기 쉽지만, 아래와 같은 행동은 오히려 채권자인 본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 상대방 집 앞·직장 앞에서 반복적인 방문, 문 두드리기, 고성·욕설
- 직장에 찾아가 채무 사실을 동료·상사에게 알리는 행위
- SNS, 단톡방 등에 이름·전화번호·얼굴 등을 공개하며 채무 사실 폭로
- 폭언·협박성 문자 전송 (“너 죽여버린다”, “회사에 알리겠다” 등)
이런 행위들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모욕·명예훼손, 협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형사 사건이 될 수 있다. 돈을 돌려받겠다고 한 행동이 도리어 전과 기록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내용증명 → 지급명령 → 소송·강제집행이라는 법적 절차를 차분히 밟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다.
마무리 정리
계약서나 차용증이 없어도 송금 기록, 대화 내용, 통화 녹음, 상대방의 인정 메시지 등 객관적인 증거만 확보된다면 법적으로 돈을 돌려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 → 내용증명 발송 → 지급명령 또는 소송 진행이라는 정석 루트를 따르는 것이다.
지인 간의 거래라고 해서 법이 예외를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 문제가 얽히면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빨리 틀어지기 쉽다. 애매한 신뢰에만 기대기보다는, 처음부터 ‘채권·채무 관계’로 명확히 정리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감정은 잠시지만, 판결문과 채권은 오래 남는다. 감정싸움 대신 기록과 절차로 다루는 것이 생활법률실전가이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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